오늘의 메모/2세

[육아일기]출근길. 반성이 필요해.

orsr 2026. 9. 7. 19:52

주말에도 크게 쉬지 못하는 일상들이 반복되다 보니 

월요일 아침이면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다.

그래도 쉴 수는 없다.

 

아침에 일어나 얼른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아이가 먹을 아침을 준비한다.

그리고 어린이집에 갈 가방도 싸기 시작한다.

수저, 물병, 수건, 칫솔세트 그리고 약.

투약의뢰서도 잊지않고 작성을 한다.

식탁에 미리 아침을 차려두고 , 약간 식기를 기다린다.

 

아무래도 일어난 기미가 없는 아이. 이제 나가기까지 40분 남짓하여 깨워야 하는 시간.

꿀잠 + 이불에 잘 구워진 포근포근한 아기를 꺼내어 거실로 안고 나온다.

잠에 그득그득 취한 얼굴을 쓰다듬고 꼬옥 안아준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아이를 잠시 소파에 내려두고

갈아입을 옷, 양말, 기저귀를 들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웅얼웅얼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어달라는 아이에게 책은 한 번 읽어주고

또 읽어달라기에 안아들고 식탁의자가 앉힌다.

한 숟가락 먹이고, 한 페이지 읽어주고, 한 숟가락 먹이고 한 페이지 읽어주고

그러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났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밥은 아직 남아있고, 아기는 그저 놀고 싶어 한다.

새로 사 온 장난감으로 계속 놀고 싶어서 계속 늘어진다.

약도 먹이고 철분도 먹여야 하는데 영 말을 듣지 않는다.

그 와중에 입을 꾹 다물어서 약도 흘려가면서 먹는다.

아 안돼 그러지 마.  

남은 시간이 촉박해지자 한숨이 마구 터져 나왔다.

 

양말을 신기려는데 본인이 원하는 양말이 아니라고 신던 양말도 벗어던진다.

그래서 얼른 양말을 고르라고 했는데 그것도 행동이 느리다.

사실 급한 건 나뿐이다. 아기는 출근길이 뭐 그리 급할 것도 없다.

어차피 어린이집에 가면 1등으로 등원하는데 지각이 뭐겠냐고.

그냥 회사에 늦을까 봐 동동대는 엄마 나 자신이 문제일 뿐이다.

 

그렇게 겨우 아이를 우다다다 준비시켜 나오는데 엘리베이터가 딱 내려가버린다.

아. 망했다. 또 5분은 지체되겠네..

으어어어어어 입에서 튀어나오는 괴성을 막지 못했다. 

어디 이 짜증을 해소할 곳이 없고 누구 하나 잘못이 없고 그냥 상황이 그런 건데

나는 여전히 쫓기고 속에서 분이 차오른다. 어딜 향할 데 없는 화기.

 

아기가 "엄마 왜 그래" 하면서 얼굴에 놀람과 불안과 두려움이 있다.

"아 엘리베이터가 내려가 버려서 그래. 우리 이제 시간이 없어서 좀 빨리 어린이집에 걸어가야 할 거 같아."

애써 괜찮은 척 말하려 하지만 여유가 없어서 짜증 난 말투가 그대로 새어 나왔다.

진짜 빵점자리 엄마다. 왜 애 앞에서 화를 내. 

 

진짜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서 그런 건지 여유가 없고 짜증이 많아졌다.

그냥 울고 싶고 이불속으로 숨고 싶은 날들도 있다.

그래도 애 앞에서 그러는 건 아니지. 스스로가 더 밉다.

 

열심히 둘이서 빨리빨리 걸으면서도 짹짹이도 구경하고 멍멍이도 구경하면서 내려갔지만

어쩐지 미안한 마음은 사그라들지가 않는다.

우리 오늘 어린이집 끝나고 나중에 집에서 또 재밌게 놀자 하면서 즐겁게 얘기는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의 불편함이 사라지지가 않는다.

 

반성하자. 오늘은 진짜 잘못이 많다.

시간을 더 잘 배분해야 한다.

아침은 시간이 많이 없다고.

 

저녁에 맘껏 안아주고 사랑해 주고 더 놀아줘야지.

그리고 아기 잘 때 그냥 몸을 내던지듯 자야겠다.

육아는 체력을 잘 비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