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모/책

[orsr PICK] 책 바깥은 여름 _ 김애란

orsr 2025. 2. 16. 21:49

 



오랜만에 밀리의 서재 어플에서 책을 골라 보았다.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으로 2017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사실 책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아무튼 시리즈의 책 아무튼 여름을 떠올렸는데, 그래서 혼자만의 생각인지 뭔지 가벼운 에세이가 아닐까 하고 혼자 착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일곱 편의 단편이 엮어진 소설집으로 상실감을 주제로 한다.
 
책 목차는 아래와 같은데
 
입동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침묵의 미래 
풍경의 쓸모 
가리는 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이 중 내 마음을 후벼 판 작품은 바로 첫 장을 장식하는 [입동]이다.
 
입동은 어린이집 차량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부에 관한 이야기다.
52개월이 된 영우를 잃은 부부는 그 상실감에 일상이 무너진 생활을 한다.
사계절을 채 다섯 번을 다 보지 못한 영우는 제 부모를 안을 때 고사지 같은 손으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는 말썽은 부려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다시는 안아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아이였다.
'잘 가'라는 인사 대신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어 보는 아직 가슴에 묻지 못하는 사랑하는 영우.
사망과 관련한 보험금을 수령하였고, 무리해서 구입한 아파트의 대출금과 높은 이자가 빠져나가지만 부부는 누구도 그 돈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고, 아이 잃은 사람은 옷을 어떻게 입나, 자식 잃은 사람도 시식 코너에서 음식을 먹나, 무슨 반찬을 사고 어떤 흥정을 하나 훔쳐본다고 했다. 나는 그럴 리 없다고 당신이 과민한 거라 설득했다. 그 뒤 아내는 주로 온라인 매장에서 장을 봤다. 집 밖을 나서는 일이 점차 줄고 베란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었다. 나는 아내까지 잃게 될까 두려웠다.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사실 상상도 안 되고 상상도 하기 싫은 분야다.
3N살이 된 내 삶에 아이가 함께 새 식구가 된 지는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나의 아이는 내 삶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가족이 되어 버렸다.
소설을 읽는데 그 미어지는 마음이 그대로 스며들어서 눈물이 자꾸 돋으려 했다.
울상이 된 나의 얼굴에 장난감을 놀다가 아기가 스윽 다가와 내 상태를 살펴보는데 지금 이 순간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가를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달까.
 
입동의 부부는 우연한 사고로 올리브 색 벽지가 더러워져 새 벽지를 바르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 일은 두 사람이 다시 한번 더 발걸음은 한 발짝 앞으로 디디게 하는 계기다.)
그렇게 벽지를 바르면서 죽은 아이가 써놓은 아직은 본인의 이름을 다 쓰지도 못하는 소중한 아이가 써놓은 이응 두 개에 한 번 더 무너지며 눈물을 흘린다. (나도 울었다)
 
사실 아이도 생기고 , 부모님이 나이 드시는 걸 보면서, 진짜 중간에서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할 존재들이 있음을 한 번 더 생각한다. 부모님이 나이 드시는 것에 서글픔을 느끼고 자라나는 아기에게 사랑을 쏟으면서 다시 한번 더 인생을 배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다시 봄과 여름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작품은 상실한 이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네고, 상실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당신의 사람들을 더 사랑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닐까 하고 느꼈다.
 
작품이 하나하나 슬프고 가슴이 아파서 단편이라지만 일곱 편을 다 읽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우울감을 우발하기에 다소 주의를 표하지만 당신의 감정에 큰 울림을 줄 거라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