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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 🧳 가벼운 후기(스포주의)

orsr 2024. 12. 10. 21:33

드라마 트렁크가 넷플릭스에 공개된 건 알고 있었지만 손이 가지 않고 있던 차에 보게 된 것은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트렁크 짤 영상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극 중 한정원 역을 맡은 공유의 대사였는데
https://www.instagram.com/reel/DDBz0h3zE8y/?igsh=MTBtNzh0a2VrajF4bw==

이런 말이 지금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당신이랑 자고 싶은 거 같아요

더 괜찮은 말로 하고싶은데
그럼 너무 가짜인 것 같아서

삼키면 되는데 굳이 하는 건
지금 말 안 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거같아서

난 항상 뺄셈을 생각해요
빼고 빼서 이제 좀 심플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계산이 잘 안돼요

여자라 자고 싶은 건지
좋아서 자고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냥
당신이 여자라서 자고싶은 거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앞 뒤 내용 아무것도 모르고 내용을 본 터라 자고 싶다고 내지르길래 우와 도파민이다 이라고 시작했다.

아뿔싸 본편은 달랐다.

전부인이 제안한 가짜 결혼 생활.
1년간 가짜 부인과 결혼 생활을 하면 다시 남편으로 받아준다는 말에 직업이 결혼인 노인지(서현진)와 결혼을 하게 된다.

결여와 결핍을 가진 인물들의 로맨스랄까.

이게 우리나라 얘기가 맞나 싶어서 사실 외국 드라마 원작인가도 싶었는데 한국 소설 원작이란다. OH..
어쩐지 그래서 뭔가 문학 속 상황 설정같은 기분이 들었구나.



극적 요소 속 만들어지는 로맨스를 그리고 싶었던걸까.
미스터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긴장감을 계속 끌어나가고 싶은 걸까.
불쾌한 지렁이가 속을 꿈틀 기어가는 기분.

집에 CCTV를 설치하고 어머니를 감시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어머니에게 가정(성)폭력을 행사
그 집에서 고통받았던 불우한 어린시절의 한정원(공유)
그래서 CCTV가 있는 공간에 들어서면 공포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의 집에 다시 CCTV를 설치하는 전부인.

설정이 어질어질하다.

노인지 설정도 만만치 않다.
결혼 10일 전 인터넷에 올라온 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 사실을 양성애자라며 남자와 뒹구는 것을 고발하는 신부 어머니의 글이다.
그리고 신랑은 결혼 전 아무말도 없이 증발한다.
남은 모든 뒷처리는 그녀의 몫이 된다.
이 와중에 그녀는 5년간 스토커에게 시달리는 중이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서로 공통점과 매력을 느끼고 아픔을 공감하며 사랑에 빠져든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드라마의 극중 설정 중 큰 비중을 차지하며 나쁜 년 지위를 지키는 전부인 이서연


극중 주인공 두 사람보다 더 이서연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알아온 정원과 결혼을 했다.

정원의 집에서는 득이 되는 게 없는 결혼이라며 그녀를 나무랐다.
그녀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편은 폭력적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기를, 아이를 갖길 원했다.

그녀는 임신을 하고 있으면서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드라마에서 말한다.

내가 아니라 선물 포장지가 된 것 같았다고.
아기라는 선물을 담은 포장지.

그녀가 더 이상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차도로 뛰어들었을 때 수십년을 알아온 신랑은 아기를 살려달라고 의료진에게 말한다.

내가 수십년간 알아온 나의 사람이 나를 죽이고 아기를 살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주인공인 한정원(공유)와 노인지(서현진)의 로맨스에도 이입이 되지 않았다.

같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치를 깎아내린 한정원(공유)의 사랑따위 알게 뭐야. 이런 느낌이었다.




뭔가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결함이 있다.
그 결함들을 본인들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매워 나간다.
보면서 각 인물들을 탐구해나가는 요소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고 육아 중인 나는 흥선대원군이라도 된 것 마냥

"나는 반댈세"를 외치게 된다. 😤😤😤😤😤

축축한 로맨스를 원한다면 봐도 좋을 드라마라고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