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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sr PICK]넷플릭스 Mr.플랑크톤(미스터 플랑크톤) 리뷰

orsr 2024. 12. 1. 00:16

 

장르 : 로맨틱 코미디
회차 : 10부작
제작사 : 베이스스토리, 하이지음스튜디오
연출 : 홍종찬
극본 : 조용
출연 : 우도환, 이유미, 오정세, 김해숙 외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의 인생.
그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지인의 추천으로 큰 기대 없이 시작한 드라마 미스터 플랑크톤. 주연으로 나오는 배우들을 잘 몰랐던 나로서는 반전의 매력이 더 찾아왔던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다.
알고 보니 드라마 극본을 쓴 분이 조용 작가였는데, 내가 정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작가분이셨다. 그래서 드라마를 볼 때, 그 분만의 색채가 드라마 곳곳에 묻어나는구나 싶었던 부분들이 많았다.
또한 연출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디어 마이 프렌즈의 메인 연출을 맡았던 홍종찬 PD였다. 
이것 또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었다.
 
 

 

'플랑크톤'이란?

인터뷰에 따르면 플랑크톤(Plankton)은 '정처 없이 떠도는 것', '방랑자'라 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래서 뿌리 없이 태어난 방랑자, 앞에 Mr. 를 붙여서 해조를 지칭하는 타이틀이 됐다고.
더 확대해서 보자면 각자 크고 작은 결함과 결핍을 안고 무작정 길 위에 올라선 해조, 재미, 어흥, 호자, 까리, 존 나(John Na) 등 모든 이들을 지칭하는 뜻. 지금도 여전히 인생이란 기나긴 여정 위에서 부유하고 있는 인간 모두를 지칭하는 뜻일 수도 있겠다고 한다.


우리 모두 자신의 삶 속에서 그 어떤 결핍들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결핍은 타인들이 보기에 이상한 행동들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행위들 속에는 그 사람 각자만의 사연이 있고 그들은 그들의 인생에서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 그 의미

 


두 주인공이 진정으로 갖고 싶었으나, 단 한 번도 제대로 가져본 적 없었던 허구의 공간이 '집'.  두 주인공 모두 가족의 온기가 서린 스위트 홈을 평생 갖고 싶었을 거다. 그래서 해조는 심부름'집'을 만들었고 재미는 종갓'집'을 굳이 들어가려 애를 썼다. 그러나 결국 진짜 제 집이 아니었으니 다시 방랑자로 함께 떠돌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내가 갈 데가 없어서 여기 있겠냐.
가고 싶은 데가 없으니까 그냥 멈춰 있는 거지

 

작가는 이를 통해서 우리가 꼭 살면서 어떤 목적이나 목표가 있어야 하는지, 왜 사람들이 반드시 집을 가져야 하고, 가족이라는 굴레 속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리고 집을 떠나 방랑을 좀 한다고 해서, 그게 인생의 길을 잃은 건 아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고 한다.
 
자유를 원하면서도 우리는 안정을 찾는다. 몸을 웅크리고 기대어 볼 어딘가를 찾아다닌다. 목적의식 없이 정처 없이 다니는 것을 불안해하고 무의미한 행위에 대해서는 지양하는 특징들을 가진다. 그렇지만 좀 목적 없이 다녀도 우리는 인생의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다. 남들에 뒤처질까 고민하지만 비교를 떼어내 버리면 그냥 나는 내 속도로 걷는 중인 것이다.
 
(집에 대해서 얘기하자니 영화 <소공녀>가 생각이 난다. 집이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라는 주인공 '미소'가.)
 

빛나는 배우들 재발견

 

우선 우도환 배우. 이렇게 목소리 톤이 좋은지 딕션이 좋은지 몰랐던 배우였다.
그렇게 입을 크게 벌리지도 않은데 대사가 씹는 맛이 느껴지게 잘 들렸다. 그래서 적당히 양아치 같고 적당히 무게 잡은 해조 역에 참 잘 어울렸다.


그리고 이유미 배우. 오징어 게임에서 마음 한쪽을 아리게 만들었던 이유미 배우. 이렇게 사랑스러운 면모도 있을 수 있나 싶었다. 힘들어도 참고 웃는 재미를 정말 잘 표현했다. 연기에 재미의 순수함이 잘 묻어 나와서 극을 참 잘 이끌어 주었다.
 
이 외에도 너무 따뜻한 어흥 역의 오정세 님도.
때론 건물주, 누나, 엄마가 되어주는 봉숙 역의 이엘 님도.
속을 뜨끈하게 만들어 주었다. (따뜻보다는 뜨끈이다)


작가가 담고 싶었던 메시지

뿌리 없이 태어나 그 어떤 것에도 정착하지 않고, 애착이나 의미도 두지 않는 해조는 재미와의 마지막 여정을 통해 전에 없었던 삶의 미련과 애착을 느끼게 된다. 더 사랑하고 싶다. 더 하루를 살고 싶다. 전에는 당연한 듯 주어졌으나 등한시했던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삶의 가치를 알아 가게 되고 사랑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재미는 엄마가 되고 싶었던 꿈이 좌절됐지만 해조를 통해 알게 된다. 재미가 꿈꾸던 건 사실 '엄마'가 아니라 '맹목적인 사랑을 받고, 동시에 맹목적으로 퍼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을. 그리고 그 꿈은 해조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드라마 본 나의 감상평

아 유잼드라마 최고된다. 기대 없이 봐서 그런가 더 좋았다. 그래서 강추한다. 
처음에 결혼식에서 납치 뭐야. 클리셰 뭐야 이러고 아빠 찾기 뭐야 뭐야 이러다가 그냥 쑤욱 드라마로 빠지게 될 것이다.
너무 무겁게 가지고 않고 가볍게 가지도 않는 그 중간선이 참 좋았다.
에이 저 설정이 말이 돼. 이럴 수도 있겠지. 그런 건 드라마적 설정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냥 이 드라마가 얘기하고 싶은 바에 빠져보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