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엣 부산에 눈이라구요?

orsr 2025. 2. 7. 21:28

항상 눈이 왔다는 뉴스가 아무리 떠들어도
폭설에 결항이라는 말이 떠돌아도
엉뜨 지역 주민으로 눈은 참 보기가 힘들다.
아주 어린 기억에 눈이 가득 쌓여서 놀았던 기억이 있지만 그 이후 눈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부산

엉뜨 부산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이 스산하게 불었다. 어찌나 불어대는지 아파트 복도 문이 열려있는데 그 바람 기운이 아파트 현관문까지 들이쳤다. 그러다 우연히 밖을 보는데 밖이 하얗다. 당연히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줄 알았는데 엥 눈이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 어젯밤 신랑이 퇴근하면서 날이 너무 추울 거 같다고 연차를 던졌다는데 눈을 보려고 연차를 던졌나 보다. 신나서 카톡방을 열어보니 벌써 여러 군데에서 눈이라고 연락이 와있다.
 
엄마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더니 안 그래도 은행에 와 있는데 눈이 온다고. 순서를 기다리면서 눈을 보고 있단다.
"엄마 사랑해요" "그래 딸 오늘도 좋은 하루" 다정한 하루의 인사를 건네어 본다.

아기에게도 첫눈을 보여주고 싶어서 집 창문을 열어젖혔더니 제법 눈송이들이 눈바람을 타고 집으로 숭숭 들어온다.
살짝 졸린 기운의 아가는 크게 감흥이 없어 보였지만 우리 부부는 괜히 신났다.

물론 사진에는 안 찍히지만 아기가 눈을 봤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ㅎㅎㅎ
 
내리는 눈에 신난 우리는 얼른 아기를 낮잠 재우고 우리끼리라도 눈구경 해보자면서 눈사람도 만들자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계획도 세워봤다.
그리고 20분 뒤

해가 떴다. 
눈사람 만들기는 무슨.
30분도 안돼서 그친 눈에 짬 데이트를 생각해 보던 우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뭐 그래도 어때. 괜히 마음이 설레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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