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모/2세

육아 1년 후기

orsr 2025. 3. 18. 22:55


작년 오후 2시 22분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감회가 남다르구나.

통잠이 없는 우리 아기는 100일이 되던 날,
딱 하루 통잠을 자주었다.
기적이 찾아온 줄 알았지만 하루짜리 기적이었다.

덕분에 수면 부족과의 전쟁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버텼지 싶은 부분인데
진짜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이다.

물론 육아에 있어서 대부분의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준다.
어느 정도 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서 시도했는데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시간이 답이었다.

왜 분유를 안 먹지
왜 잠을 1시간만 자지
왜 자꾸 울지
왜 우리 아기를 주위 애들 보다 작은 거 같지




수많은 왜?가 생겨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질문들이 자연스레 해소되고는 했었다.

200일이 지나고 나서는 좀 마음을 내려놓고 육아를 했고 그 전보다는 상황이 점점 나아졌다.

그렇다고 신랑과 안 싸우는 건 아니다.

신랑은 새벽 4시반에 기상해서 출근하고 저녁 7시 40분에 돌아오고 (통근시간이 무려 4시간이 넘는다)
나는 신랑이 없는 그 시간동안 오롯이 모든 육아를 내가 떠안았다.

그러다보니 뭔가 육아라는 팀 과제를 혼자 수행하고 있는 듯하여 싸움은 더욱이 잦아졌다.

한숨쉬듯 욕이 저절로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고 다크 서클은 진해지고 머리에는 인생 첫 새치에 생전 겪어보지 못한 비듬도 생기더라.

신랑이 회사의 싱글들 사이에서 아기 얘기를 하자니 회사에서 겉도는 기분이다라는 말을 했을 때 속으로 나는 그런 사회생활이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24시간 모녀동실을 끝없이 이어나가는 생활은 진짜 나라는 존재를 아주 희미하게 만든다. 그냥 나는 아기를 키우는 하나의 숙주였다. 껄껄껄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예쁘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뉴스에서 부모가 육아에 지쳐 몇개월 안 된 아기에게 화를 내는 걸 보면서 그래 사람이라면 지치지 싶었는데
아기를 낳고 보니 이해가 안 된다. 아기는 울고 짜증을 부려고 소중하고 소중한 작은 존재이다. 아무리 지쳐도 화 낼 수 없다.

아기에 관해 친구와 얘기했을 때
그녀는 아이를 갖는 것이 확실한 행복이라고 했고
나는 확실한 불행이라고 했다.

그녀는 INSIDE 나를 전적으로 사랑하는 존재를 말했고
나는 OUTSIDE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고통을 말했다.

1년 키워보니 둘 다다.
물론 아기라는 존재는 사랑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고통이다.

외모도 망하고
몸매도 망하고
건강도 망하고
멘탈도 망하고
남녀간 관계성도 망했다.

근데 아기는 예쁘다.

뭐 그런 거다. 하 하 하

이제는 나와는 분리불가가 된 2세라는 존재.
이제 남녀 부부 사이에서 엄마 아빠라는 이름으로 셋이 된 우리.
더 많이 아기를 예뻐하고 좋은 추억 만들기에 집중하자.

그리고 조금씩 나로 회복의 시간도 가지자.
1년 간 나 진짜 수고 많았다.

나를 위해 박수를 쳐 주자. 👏👏👏👏👏👏👏

아자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