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orsr PICK] 영화 바비 👩‍🎤👩‍🔬👩‍🚀👩‍🔧

orsr 2025. 5. 15. 21:02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쉽게 손이 안 가던 영화 바비를 드디어 보았다.
어린 시절 나는 바비파 보다는 미미파였거든. 후후.

바비 vs 미미


약간 서구스러운 인형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좀 더 밀가루 같은 느낌의 미미를 좋아해서 아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영화의 도입부에 나오는 것처럼 아기가 아기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은 생각보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어쩌면 아기가 아기인형을 엄마가 된 것 마냥 돌봐주는 형태는 참 기이한 것이다.
더 많은 꿈과 재미난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아기를 돌보는 인형놀이를 해왔냐는 말이다.

뭐 동생들을 돌보라는 건지, 아이를 돌보는 것은 여자의 역할이라고 강제 주입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바비가 등장함으로 인해 그러한 역할에서 벗어나 누구든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비로 실현한다고 표현한다. 
바비가 성상품화와 획일된 미의 기준을 만들어낸다는 의견들과는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이 흥미롭다.
 



영화 바비는 감독이자 배우인 그레타 거윅이 연출을 하였고,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았고, 단순한 장난감 캐릭터를 넘어 여성 인권과 가부장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영화 소개



영화는 '스테레오타이프 바비'(마고 로비 분)가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바비랜드'에서 시작된다. 바비랜드는 여성들이 주도하는 사회로, 여성들이 정치, 과학,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남성 캐릭터인 '켄'(라이언 고슬링 분)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인 존재로 표현된다. 그러나 어느 날, 스테레오타이프 바비는 존재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며, 이로 인해 바비랜드의 완벽한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바비는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 세계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을 만들어낸 소녀 '사샤'(아리아나 그린블랫 분)와 그녀의 어머니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 분)를 만나게 된다. 글로리아는 바비 인형이 여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하며, 이로 인해 바비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한편, 켄은 현실 세계에서 남성들이 주도하는 사회 구조를 경험하고, 이를 바비랜드에 도입하려 한다. 그는 '패트리아키'(patriarchy, 남성 중심 사회 구조 / 가부장제)를 바비랜드에 적용하여, 남성들이 여성들을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려 하고, 이로 인해 바비랜드는 남성 중심의 사회로 변모하게 되며, 여성들은 다시 억압받는 존재로 전락된다.

영화는 이러한 갈등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다시 자아를 찾고, 남성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글로리아의 감동적인 연설은 여성들이 사회적 기대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여성 인권과 자아의 재발견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바비》는 단순한 인형 이야기를 뛰어넘어 현대 사회의 성별 고정관념, 정체성 혼란, 여성의 자기 결정권 등을 탐색하는 페미니즘 입문서 같은 영화다. 화려하고 유쾌한 겉모습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매우 복합적인 젠더 구조와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품고 있다. 나는 이 가볍게 만든 영화가 가부장적 현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보았다.

바비랜드 vs 현실 세계 : 영화의 중심 무대인 ‘바비랜드’는 여성들이 모든 사회적 권한과 역할을 수행하는 세계로, 처음에는 페미니즘적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곳조차도 ‘스테레오타입 바비’라는 이름처럼, 이상화된 여성상에 갇힌 공간임이 드러난다. 바비는 완벽한 외모, 완벽한 하루를 반복하면서 존재의 이유를 묻는 혼란에 빠진다. 이는 실제 사회에서 여성들이 "이상적인 여성성"을 강요받으며 살아가는 현실을 상징한다.

반면 현실 세계에서는 남성 중심 사회인 가부장제가 지배하고 있으며, 여성은 여전히 주변화된 존재다. 마텔 본사 임원진이 모두 남성이라는 설정, 그리고 바비가 현실에서 겪는 소외감은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주 배제되고 있는지를 풍자한다.

이러한 대조는 단순한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차이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여성들이 자신을 둘러싼 억압 구조를 인식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켄_가부장제 수용과 거부 : 아마 한국에서 논란이 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비랜드에서 모든 사회적 역할을 하는 바비에 반해 켄이라는 남자 캐릭터가 무능하고 바비에 주변에 맴도는 보조출연진같이 보인다는 것에 화가난 일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켄은 영화에서 중요한 패러디와 비판의 대상이었다. 바비랜드에서는 주변 인물에 불과했던 그는 현실 세계에서 남성 중심 권력을 경험한 뒤, 이를 바비랜드에 가져와 '켄랜드'라는 새로운 구조를 만든다. 이는 실제로 남성들이 여성의 억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회 구조를 축소해 보여준다.

하지만 켄 역시 그 체계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한다. 그는 힘과 권위를 얻었음에도 불안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이는 남성들도 가부장제 속에서 자기 감정과 정체성을 억압받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결국 켄은 바비에게 "나는 누구지?"라고 되묻고, 이는 젠더 해방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필요하다는 중요한 메시지로 연결된다.
 
글로리아의 연설 :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장면 중 하나는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의 연설이다. 그녀는 여성들이 사회 속에서 요구받는 수많은 모순된 기준을 조목조목 짚으며, “너무 말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조용해도 안 되고, 섹시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무성적이어도 안 된다”고 외친다.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슈퍼우먼이길 강요받는 사회적 압박을 집약적으로 보여지는 장면이다. 이 연설을 통해 바비들은 각성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켄랜드를 되찾는다. 이는 여성 해방이 외부의 구조 변화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자기 인식과 연대를 통해서 실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스테레오타이프 바비에서 다른 존재로 : 마지막에 바비는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다. 이 장면은 그녀가 단지 인형이 아니라, 고통받고 성장하며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는 선언이다. 완벽함의 상징이었던 바비가 불완전한 인간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이는 여성 역시 사회가 만든 틀 속의 '이상적 존재'로 남기보다, 결함과 감정, 고통을 가진 '주체'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바비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로 변모한다. 이 선택은 곧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선언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가볍지 않은 얘기를 가볍게 풀어낸다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바비는 이를 쉽게 풀어내는 것에 꽤나 성공적이고 이를 칭찬할 만하다. 물론 그러다보니 유쾌함이 아닌 불쾌함으로 받아들이는 일부가 있다. 이 영화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다면 그 논란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한 쪽 성별이 무능하니 다른 성별이 세상을 지배하자는 흑백 논리가 아닌 영화다. 오히려 한 쪽에 희생을 강요하고 억압받는 현실에서 벗어나 자기 주체성을 알고 이를 실현해 나가고 서로 응원해나가자는 쪽이다. 많은 가정이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 한쪽 성별이 가장을 담당하던 시절은 지났다. 같이 벌고 같이 일하고 같이 해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공감하고 아끼며 사랑하고 응원해 나가야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