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가 큰 관계로 38주 3일 제왕수술을 결정하였다.
오전에 수술이 한 건 있으셔서 우리는 2시 수술로 스케줄을 잡았다.
전날 12시부터 금식이며 수술 당일 10시 반 ~ 11시 사이 병원에 도착하면 된다고 하셨다.
입원준비물은 연계된 산후조리원을 간다고 했더니 해당 준비물로 가져오면 된다고 하셔서 그대로 챙겨가기
수술당일에 필요한 준비물은 또 따로 알려주셨다.
약국에서 메피렉스 보드 3장과 스트립씰 한 장을 구입하여 입원수속 밟을 때 드리면 된다.
수술 부위 겔의 경우 영양 상담실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닥터cs케어 제품을 구입 🙂
스텝 원 제품을 구입했는데 15만원 정도였다. 2단계도 추후 구입 예정이다. 🥲
준비물 중에 보호자 침구는 1만원에 대여가 가능하다고 하여 굳이 가져가지 않았다 ㅎㅎ
수술 전 진행상황
가족들과 인사
수술 전 간단 외래 및 수술 설명(동의서)
PCR검사
태동검사/제모/관장
항생제 및 수액 주사
하반신 마취를 위한 사전 시술
수술 전 엄마 아빠가 얼굴을 보기 원해서 1층 로비에서 인사를 나누었다.
가족들은 1층과 2층 외래층까지만 오실 수 있고, 3층 분만실 부터는 상주보호자 1인 외 면회불가이다.
어쩐지 나를 격려하면서도 걱정에 가득한 엄마 아빠 얼굴을 보니 뭔가 기분이 묘했던 순간이었다.
2층에서 접수를 진행한 뒤, 입원에 관해서 간호사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했다.
수술에 관한 동의서 마취에 관한 동의서 그리고 입원에 관한 것들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이때 미리 구입했던 겔과 밴드들을 전달드리고 나서는 산모와 보호자 PCR 검사를 해야 해서 지하에서 코를 푹 찔린뒤 (눈물찔끔)
2층으로 다시 돌아가 이를 전달하고. 태동검사와 수술 준비를 위해 3층으로 이동하였다
태동검사를 진행하고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제모와 관장을 진행한다. 제모는 물 뿌리개로 부려준 다음에 면도기로 밀어 주셨다. 이렇게 면도기로 밀어주시는 거면 스스로 밀고 와도 되긴 하겠다랑 그냥 의료진에게 다 맡기자 싶은 부분들이었다. 그리고 관장약을 넣어주시는데, 10분 참으면 좋다고 하시지만, 나는 최대 3분이 고비였다. 어떻게 10분을 참는다는 거죠?
관장을 마치고 나서 내가 제일 긴장했던 부분이었던 주사 및 하반신 마취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였다.
왼쪽 손목에 혈관을 찾아 두꺼운 수술용 바늘을 삽입한다. 아프기도 아프고 불편함도 꽤나 높았다. 혈관이 터지지 않고 버텨준 것에 감사해야 되려나? 그러고 나면 수액을 맞고, 항생제도 투약한다.
그리고 대망의 하반신 마취 사전 작업...
몸을 새우처럼 말고 있으면 척추를 따라 다섯번 시술 한다. 이 순간이 나는 수술 전에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만삭의 배를 최대한 웅크리고 덜덜 떨면서 시술을 받았던. 솔직히 아픈 것보다 그냥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높았던 순간이었다. 원장님께서 하고나니 별거 아니죠? 이러셨는데, 신체적 고통보다 심적 고통이 MAX인 부분. 나의 배 8겹을 가를 거라는 수술을 앞 둔 것이 나는 너무나 무서웠다. 척추에 시술을 받고 나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랑이 들어오는데. 긴장이 확 풀리면서 눈물이 주르르륵 흘렀다.
"정말 잘 하고 있어. 고생 많았어. 얼마 안 남았어." 신랑의 속삭임을 들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긴장이 풀린 채로 신랑과 수술 전 마지막 도란도란 대화를 하면서 수술을 기다린다. 앞에도 수술이 있어서 나의 수술 시간은 좀 더 뒤가 될 수도 앞이 될 수도 있다고. 한 한 시간 정도 둘이서 대화하다가 의료진들 수술 설명도 들으면서 대기 했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약간의 노곤함이 찾아오기도 했다.
1시 40분 쯤이 되자 수간호사님께서 나를 데려가기 위해 오셨다. 한 쪽 팔을 부축 받으면서 수술실로 이동.
여기서 신랑은 다시 바이바이다. 신랑이 찍어준 연행되어가는 나의 마지막.
수술실에서
하반신 마취
카테터(소변줄)작업
분만
후처치
1시 40분에 입장을 하면 수술대 위에 눕고, 마취과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마취과 선생님이 참 고마웠던 것이 내가 불편하지 않게끔 긴장하지 않게끔 자꾸 말을 걸어주셨다.
덕분에 수술실이 너무 겁났던 나였는데 마음이 너무 편안해 졌었다.
하반신 마취는 살짝 척추를 따라 시원한 기분이 들면서 20분에 걸쳐서 천천히 진행이 되었다.
수간호사 선생님께서 소변줄을 달아주시는데, 마취가 다 된건지 아픈 느낌이 하나도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취가 다 되고 나면 수술하실 원장님을 호출해주신다.
수술실에서 원장선생님 얼굴을 보고 나면 10분 안에 아기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번외이야기지만, 나의 긴장을 하나 풀어주었던 또 하나의 요소는 현장에서 흘러나오던 라디오였다.
라디오에서는 한동준의 오후 2시 FM POPS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2000년 초반의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하나는 마카레나였고 하나는 Volare였다.
속으로 마카레나를 따라부르고, 볼라레 오오 깐따레 오오오오도 자연스레 속으로 흥얼흥얼.
https://youtu.be/6Yv9jZKwfp8?feature=shared
macarena - los del rio
https://youtu.be/qmbx4_TQbkA?feature=shared
volare - gipsy kings
모든 작업이 끝나면 원장님이 올라오셔서 가볍게 나에게 인사를 웃으며 건네신다. (선생님 ㅠㅠ) 그러고는 곧 아기가 나올 거라고 알려주신다. 열심히 원장님 손씻는 소리가 들리고, 의료진 분들은 바깥에 있는 신랑을 호출해 주셨다.
나는 마취되는 과정에서 의료진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신랑은 수술실 안 쪽 상황을 알지 못하니 그 시간이 영겁처럼 길게 느껴졌다고 한다. 신랑을 보니 또 반가운 마음.
원장선생님이 자리를 잡고 나면 내 배에 스윽하고 그냥 막대기로 스치는 느낌이 든다. 8겹이 갈리고 있나보다.
원장선생님의 "애가 통통해~" 이런 밝은 목소리가 들리고, 수술 커튼 너머로 아기가 뿅 하고 올라왔다.
오후 2시 22분.
보라색 고구마 하나. 뿅. 아가가 나타났다.
그리고 아기를 나와 신랑 옆으로 해서 보여주시는데, 어쩐지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알 수 없는 묘한 기분과 함께 정말 너가 내 뱃속에 있었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울지도 않고 하품하듯이 내 옆에 왔는데, 곧 으앙 하고 눈물을 터트렸다.
다른 아기들을 으앙으앙 애기 처럼 울던데 우리 아가는 엄청 우렁차게 울어서 이야 마멋이야 마멋 나중에 신랑이랑 우스갯소리를 주고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인사를 짧게 나누고 신랑은 다시 수술실 바깥으로 가게 되고 나는 후처치를 위해 수면에 빠지게 되었다.
수술 후 회복 1일차
병실로 이동
무통주사와 페인부스터
눈을 떴을 때는 후처치 수술이 끝난 이후였는데 거의 4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신랑이 옆에 있었고, 조금있으니 간호사 분이 아기를 데려오셨다. 신랑에게 아기를 안아보겠냐고 물었는데 "아뇨. 애기가 너무 작아서 무서워요." 이러는 게 아닌가. 두려움에 떠는 나약한 신랑이라니! "안아봐. 얼른" 나는 누워있으니 안을 수가 없으니, 신랑에게 꼭 안아보라고 했다.
간호사 선생님으로 부터 아기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듣게 된다.
태어난 시/분 몸무게 등에 관한 이야기들과, 아기는 케어를 위해서 6시간동안 체온과 컨디션 조절 관리에 들어간다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면회가 더 이상 되지 않고, 다음날 부터 오전에 면회가 가능하다고 하셨다.
좀 더 대기 후 병실로 이동했을 때는 시간이 벌써 5시가 넘어간 후였다.
베드에 실린 채로 병실이 있는 층으로 이동해서 방까지 이동하고, 간호사 3분이 붙어서 나를 침대에서 침대로 옮겨주셨다. (간호사 선생님들의 손목이 걱정되었다. ㅠ ㅠ)
그렇게 누운 채로 신랑과 오늘 수술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LA다저스와 팀코리아 야구 경기를 보면서 소소히 하루를 마무리 하는 듯 싶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끝날 하루가 아니지.
밤에 고통이 찾아왔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자꾸 몸이 아팠다. 상처부위의 쓰라림이 지속 되었고, 진통제 처방을 받아 투약 했음에도 계속 아팠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무통주사 버튼을 눌어주었다. 잠시 고통이 가라 앉는 듯 싶어도 찾아오는 통증에 버튼을 지속해서 눌렀다. 그랬더니 무통기계에서 삐- 삐- 소리가 났다.
이게 뭐지 싶어서 간호사를 호출했다. 무통 교체 해달라고 해야되나 보다 이러면서
알고보니 상황은 더 최악이다. 그것은 나의 무통이 끝나는 소리였다. (망했네)
추가 사용도 되지 않는다고.
나에게 남은 것은 이제 페인부스터와 진통제 주사 뿐이었다.
절망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관련 내용이 안내문에 있었다.
(3) 통증이 심할 경우 무조건 무통 버튼을 누르지 마시고 간호사실로 문의해주세요
근데 나는 수술 중이었기에 안내문이 있는 줄 몰랐고, 신랑은 그걸 받았음에도 보지 못했다.
글을 쓰는 지금은 그를 이해하지만, 나는 나의 수발하나 잘 못드는 신랑에게 화가 치밀었다.
아픈 사람이 왜 화가 많아지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주로 이틀차까지 무난하게 산모의 고통을 줄여주는 무통주사이지만 나는 첫날 저녁에 그렇게 끝나버렸다.
식은 땀을 흘리며 겨우 겨우 잠을 청해보는 첫 날.
아이를 출산했다는 감동은 아주 잠깐 뿐.
긴장과 고통의 지속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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