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2일차
물 마시기 가능
출생신고서 수령
아기 면회 하루 2번 가능
침대에서 일어나서 걷기
페인버스터 끝
가스배출 / 소변줄 떼기 / 산모패드 교체
밤에 잠을 잔 건지 만 건지 모르는 상태의 피곤함 속에서 아침에 눈을 떴다. 중간중간 의료진 분들이 바이탈 체크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열은 없는지 혈압은 어떤지 주기적으로 방문하셨다. 아무래도 나는 원래도 그렇게 혈압이 높지 않은 편이다 보니 수치들이 눈에 띄게 좋거나 하지는 않았던 듯. 정상 범주 안에서 살짝 낮은 듯한 혈압수치를 보였다.
일어나서 처음 한 행동은 발가락을 조금씩 움직여 보는 것이었다. 전 날 수술이 끝났을 때 눕혀주신 자세 그대로 꼼짝도 않고 움직여서 그런지 온 몸이 땀에 절어있었다. 수술을 위해 바늘을 꽂은 팔은 점점 붓고 저렸다. 그래도 많은 제왕 후기에서 봤더니 몸에 유착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이를 이겨내고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의료진들도 그렇게 말했고. 얼마나 몸이 수술을 한다고 긴장했던건지 발 하나 움직이는 것이 무릎을 굽히려는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몸을 돌리려고 하면 갈비뼈 부근에 숨이 턱 막혀와서 마치 숨쉬는 방법을 잊은 사람처럼 굴었다.
수술 이후와 새벽에 진통제 처방을 받았고, 오전에 추가 요청을 드렸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주기가 너무 짧다고 조금 더 참아보다가 진통제 주사를 맞는 게 어떠냐고 하셨다. 우선 알겠다고 대답하였다.
페인부스터가 줄어들어가는 걸 아까워 하면서 바라보고 있으니 신랑이 어제 아픈 거 보다 무통주사를 그래도 다 써서 덜 아픈 거라면서 나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뭬야)
2일차부터는 물을 마실 수 있는데 아직 몸을 가누기도 힘들고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기도 힘들어서 텀블러에 빨대를 꽂아서 섭취했다. 다이소에서 다른 것 보다 조금 더 긴 빨대를 구입했는데 괜찮다고 생각.
물을 조금 섭취하고 있는데 신랑의 보호자 식사가 준비되었다. 물끄러미 밥 먹는 신랑을 바라보면서 카톡으로 음식이 뭐가 나왔는지 찍어보내라며 요청. 사진으로나마 식욕을 잠재워본다. (배 고 파)
병원에 있으면서 새삼스레 느꼈던 점은 생각보다 보호자인 남편이 할 일이 꽤 많다는 것이었는데, 특히나 몸을 가누기 힘든 1~3일차 까지는 절대적인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나는 모션베드에 누워서 조금씩 몸을 움직여보려고 노력하는 동안 보호자는 첫 아기 면회도 혼자 다녀오고 출생신고를 위한 출생증명서도 발급하러 가고, 간호사실에 필요사항들을 전달하고, 산모패드도 갈아주고, 복대착용도 돕고, 소변통까지 비워내야 한다.
(내가 있던 병원은 온라인 출생신고가 되는 병원이 아니어서 직접 행정복지센터로 방문해야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기 면회시간은 오전은 11시~12시고, 저녁에는 7시~8시 면회가 가능하였고 오전타임 면회는 신랑만 보냈다. 나는 도저히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고, 진짜 몸이 너무 아프니 아기가 3층에 있다는 생각 또한 들지가 않았다. 그냥 조금씩 살기위해 몸을 움직이려 노력할 뿐이었던 듯. 신랑도 아기를 보고는 왔지만, 내가 너무 힘들어 하고 있는 모습에 마냥 기뻐하지는 않았다. 좀 더 편하게 해주고 싶은데 처음 해보는 간호에 익숙지 않아서 자꾸 미안해하면서 노력할 뿐이었다.
병원에서 주시는 산후 복대 하나도 간호사 선생님이 말해주신 위치를 잘 못 잡아서 나에게 위치를 물어보는데 "지금 그걸 나한테 물어보는거야? 나는 누워있잖아. 여보..." 둘이서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그런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몸을 꾸역꾸역 신랑에게 의지해서 일어나고 한참 숨을 못 쉬어서 쇳소리 내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는 연습을 하고, 일어난 상태에 적응을 하고 나면 천천히 걷는 연습을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마다 수술 부위에 압박이 가해지면서 통증이 어마어마했다. 낑낑대면서 링거대를 질질 끌고 다녔다. 다른 산모들은 아직 무통이 있어서 그런지 다들 쌩쌩 잘만 회복하는 거 같은데 나는 자꾸 아파서 뒤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아픈 건 이리 슬픈 일이구나
이 와중에 밤에 페인버스터 또한 동나버려서 나는 정말 진통제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환자가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2일차까지 무통달고 3일차에 페인버스터를 뗀다는데 나는 1일차에 무통, 2일차에 페인버스터가 끝나서 더 아픈 게 아닌가도 싶다. (무통 버튼을 마구 누르지 마시오..)
그렇게 하루를 꾸역꾸역 쉬다가 억지로 움직이면서, 몸을 일으키고 앉으며 익숙해질 때까지 걸음마를 하였고, 다행히 2일차에 가스배출(방귀) 및 소변줄 제거 및 화장실 다녀오기를 성공. 저녁 면회에 성공하였다.
눈을 뜨지는 않지만 얌전히 자는 모습에 열심히 태명을 불러보고 인사를 건네어보았고, 영상을 찍어 양가 부모님들께 무사히 전달하였다. 역시나 신생아는 정말 작다. 하나의 고구마 인형 같달까.
그렇게 부모님들께 영상을 보내드린 뒤 결국 너무 지친 나는 엉엉 울고 나서 진통제를 맞고 겨우 잠에 들었다.
1일차보다 더 힘들었던 2일차의 기억.
제왕절개 후 움직이기 (운동)
단계별로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법
1. 우선 발을 까딱 까딱이면서 본인의 가동범위를 파악해본다.
2. 누운 채로 무릎을 접어본다. 한 번에 두 다리를 접기 힘들다면 한다리씩 먼저 접는 연습을 하고 두 다리를 접어본다.
3. 접은 무릎을 좌우로 돌려가면서 가동범위를 늘려나간다.
4. 몸 전체를 좌우로 돌려본다. 나는 이 과정이 너무 힘들었는데 갈비뼈가 눌리면서 숨을 쉬기가 힘들어서 컥컥 거렸다.
진짜 천천히 천천히 진행하면서 몸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보기.
5. 몸을 한쪽으로 돌린 다음 조심스레 몸을 일으킨다. 처음에는 신랑이 거의 안아서 일으켜주는 수준인데 그 마저도 배에 힘이 들어가서 찢겨지는 통증이 심하다. 손목은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 특징.
이런 단계로 천천히 움직여 가면서 몸을 움직인다. 앉는데 성공한다면 그 이후는 서고 걷는 연습을 진행한다.
걸음마를 새로 배우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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