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모/2세

출산일기_제왕절개 3, 4일차(공포의 외래와 점진적 회복)

orsr 2024. 3. 25. 22:49

수술 3일차

드디어 식사가능
공포의 외래 (초음파, 상처치료)
열심히 걷기 

 
3일차에 접어들게 되면 드디어 식사가 가능해진다. 물론 2일차에 방귀가 나와야 해서 열심히 움직이고 가스를 배출해내야 한다. 
 

아침은 미음, 점심은 죽, 저녁은 일반식, 야식으로는 호박죽

 
 
미음을 한 입 집어 넣을 때, 진짜 정말 정말 고소하고 맛있어서 찐 웃음이 베시시 흘러나왔다.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이 너무 중요한 사람 여기 있구요) 물론 이 때는 곧 있을 두려움을 몰랐지.
 
3일차에는 상처부위를 처음으로 소독하는 날이고, 2층 산부인과에서 병실로 바로 콜을 주신다. 입원 병동 내 간호사실에서 관여하는 부분이 아님. 10시가 되기 전 연락을 받고 외래를 보러 이동하였다. 
이 날은 나를 수술해주신 선생님 휴진일이어서, 회진을 오시는 원장님께서 봐주셨다.
초음파와 소독 및 거즈 교체 및 페인버스터 제거가 진행이 되는데, 아뿔싸.. 이게 무슨 일이야. 
 
진료실 베드가 너무 높은데 짚을 곳이 하나도 없다.
병실은 모션베드여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진료실 베드는 높은데 지지할 것도 없고 너무 막막했다.
내가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간호사 선생님이 신랑보고 도와주라고 불러주셨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눕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신랑에 매달려서 누워지지만, 갈비뼈가 눌리면서 숨이 턱 막히고, 수술 부위에 통증이 너무 컸다.
그대로 숨을 헐떡이면서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다. 
 
담당의가 아니셔서 그런지 "3일차인데 아직 많이 아파요~? 아프면 진통제 맞으면 되요~" 뭔가 소울리스의 진료를 봐주셨는데, 나는 계속 흐느끼면서 "네에에... " 울 뿐이었다. 나랑 같은 일차의 다른 산모님들은 진료를 다 잘 받으시던데 나는 왜 이리 아픈지 2일차에 끝나버린 페인버스터가 너무 그리웠던 순간이었다.
 
한 번 터진 눈물은 그치지 않아서 병실로 돌아와서도 질질짜고, 신랑은 바로 진통제를 요청하였다. 계속 우는 나를 보면서 "에구 너무 아프면 외래 가기 전에 진통제 맞으셨으면 좋았을텐데 "간호사 쌤의 안쓰러운 말씀과 함께 [3일차 외래 전 진통제 맞기 ☆☆☆]를 기록했다.

진짜 진통제는 빛인게 맞고나면 정말 살만하다. 그래서 또 숭숭 걸을 수 있게 됨. 너무 천천히 걷는 것 보다 회복이 빨리 되려면 일반인의 걸음으로 걸어줘야 한다고 해서 부지런히 걷고 또 걸었다. 🚶‍♀️‍➡️🚶‍♀️🚶‍♀️‍➡️🚶‍♀️

몸이 조금씩 회복이 될수록 컨디션도 올라오는데 옆을 보니 헤쓱해진 신랑 얼굴이 보였다. 불편한 소파에서 몸을 구겨가면서 자는 신랑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큰 일을 겪으면서 두 사람 다 한층 성장해 나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

수술 4일차

2인실로 이동
모유 교육 및 마사지
첫 수유
출생신고 by 신랑
머리 감기 (신랑찬스)

 
내가 입원한 해운대 제일여성병원은
1인실이 하루 17만원이고,
2인실은 의료보험이 되서 하루 3만원이었다.

신랑이랑 둘이서 일주일 다 1인실을 할까 하다가 사람들의 2일차 후기도 나쁘지 않아서 중간에 이동을 한 번 하기로 결정, 각각 3일씩 이용하였다.

아침식사와 회진이 끝난 이후 짐을 2인실로 옮겼다. 다행히 이 날 퇴원하시는 분이 있어서 일단 혼자서 2인실을 사용하는 행운에 당첨 🍀
물론 5,6일차는 다른 분 오셔서 두 명이서 사용하였다.
근데 쭉 병동을 보니 2인실이 하나뿐인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2인실보다 다인실이 더 많은 느낌.
근데 2인실 베드까지는 모션베드니까 다인실을 비어도 가기 조금 힘든 듯.


2인실은 커튼을 중간에 두고 구분이 가능하고, TV와 화장실을 공용으로 쓴다. 창가 선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선택은 불가! 한 번 자리 잡으면 이동도 불가!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1인실 베드는 너무 푹신하다면 2인실 베드는 너무 딱딱하다 🥲 중간이 없니 왜 🥲
그리고 간이침대가 너무 짧고 불편해서 보호자가 이용하기에는 엄청 힘들다. 
신랑은 2일간 겨우 간이침대에 몸을 구겨 자다가 마지막 날은 간이 침대를 치우고 맨 바닥에서 잠을 잤다.(차라리 그게 더 나았다고) 1인실 소파도 불편했는데, 2인실 간이침대에 비하면 천국이었다고 하던 ㅎ
 

모유 수유 마사지

짐을 옮기고 나자 5층 교육실에서 진행되는 모유수유교육을 들으러 갔다. 모유 수유의 장점에 대해서 설명하시고 산모들의 가슴을 한 번씩 봐주신다. 어떤 가슴 형태인지 모유 마사지가 필요한 지를 봐주시는데, 마사지는 유료로 40분에 9만원 정도로 진행된다. 누군가는 너무 필요한 서비스가 같은 건물 내에 있어서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상술이라고도 하시는 분이 있다. 너무 자연스럽게 모유 마사지 스케줄을 잡게 되고 많은 산모들이 3회정도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니 그런 것이 아닐까. 혹여라도 모유마사지를 단호하게 받을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교육을 안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나는 모유마사지 서비스를 5회 정도 이용하였는데 (병원에 있을 때 3회, 조리원에 있을 때 2회) 개인적으로 가슴이 딱딱해지려다가 다 풀어주셔서 말랑말랑해져서 젖몸살이 없어서 대만족이다 :D 신랑과 같이 방문해서 손 유축 방법도 알려주시니 함께 방문하길 추천한다.
 

첫 수유

솔직히 첫 수유라고 쓰고,  처음으로 아기를 안아본 순간이라고 해야겠다. 4일차 오전에는 첫 수유 콜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아이를 낳은 이후에 맨날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로 보다가 아이를 직접적으로 보게 된다. 수술실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감정이 일렁이는 순간. 신생아실 선생님께서 아이를 안는 법을 알려주시면서 아기와 교감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신다.
아직 나오는 게 없는데 쫍쫍 소리를 내면서 모유를 먹으려고 움직이는 작은 생명체에 놀라움을 느끼게 되는 것. (WOW) 살짝살짝 볼도 쓰다듬어 보고 머리도 쓰다듬어 본다. 진짜. 신생아는 정말 정말 작은 것이었다. 내 주먹만한 머리 크기에 눈 코 입이 다 들어가 있다. (세상에 마상에) 신랑과 나를 반반 닮은 생명체가 숨을 쉬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출생신고 by 신랑

내가 모유 수유 교육에 마사지에 바쁜 하루를 보내는 동안 신랑 역시 바쁜 하루를 보내었다. 우리는 이미 생각해놓은 아가의 이름이 있었기에 신랑이 나의 컨디션이 좋아지는 4일차에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하였다. 내가 입원한 병원은 출생신고가 온라인으로 되지 않은 곳이어서 원무과에서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아 직접 가야했다.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기념으로 등본을 하나 주신다. 신랑 이름 내 이름 아가이름 셋이 쪼로록 나와있는 것이 우리가 3인 가족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신랑은 행정복지센터에서 부모급여 아동급여 축하금 등 한꺼번에 신청 가능한 것들을 모두 다 처리 하고 돌아왔다. 그래도 둘이라서 다행인 순간들. 이렇게 다른 문제들도 손발을 맞춰 나가야겠지.
 

머리감기(신랑찬스)

병원 5층에 가면 미용실 머리감기 의자가 있다. 아무래도 4일차에 접어들면 꼬질함이 많이 올라오는데, 이렇게 미용실 의자가 있다니 너무나 좋구여 ❤️ 언제 신랑이 이리 머리를 감겨주겠냐면서 수건을 들고 룰루랄라 방문하였다. 샴푸를 하면서 두피 마사지도 해주는 신랑 덕분에 꼬질함을 한커풀 씻어내었다. 그리고 5층이 다 빈 것을 확인하고 신랑 찬스로 발도 한 번 씻어 내었다. 발에서 자꾸 꼬린내가 올라오는 듯 했는데 덕분에 살았다. 휴
 

+ 첫 유축 / 초유

신랑과 둘이서 2인실 커튼을 치고 앉아 첫 손 유축을 시도해본다.
요리 조리 열심히 눌러보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가슴도 부풀고 딱딱해지는데 눌러도 나올 기미가 없다.
겨우 나온 몇 방울을 신생아 실에 가져다 드린다.
몇 방울이라도 건강하게 먹으렴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