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된 종이의 숲인 인터넷에는 더 이상 꿈의 새가 살 둥지가 없다. 정보 사냥꾼들이 꿈의 새를 사냥하기 때문이다. 지루함을 허용하지 않는 오늘날의 과잉활동성 안에서 우리는 결코 깊은 정신적 이완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다.
정보사회는 정신적 고도 긴장의 시대를 열고 있다. 정보의 본질이 다름 아닌 놀라움의 자극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쓰나미는 우리의
지각 기관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우리의 지각 기관은 더 이상 관조적 상태로 전환되지 못한다. 정보의 쓰나미는 주의를 파편화한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이야기하기와 귀 기울이기에 필요한 관조적 머무름을 방해한다.
p22~23
정보체제하에서는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말 또한 유효하다.
"우리는 줄에 묶여 알려지지 않은 위력에 끌려다니는 꼭두각시 인형이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이 힘은 우리가 그것의 존재를 더 이상 지각할 수 없을 만큼 더욱 섬세해지고 비가시적으로 진화해 갈 뿐이다.
심지어 우리는 이 힘을 자유와 혼동한다. 찰리 코프먼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아노말리사]는 스마트한 지배 논리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기고 똑같은 목소 리로 말하는 세상을 보여준다. 이 세상은 역설적이게도 진정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신자유주의적인 동일성의 지옥으로 묘사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마이클 스톤은 성공적인 동기부여 트레이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인형임을 인지하게 된다. 그러다 그의 얼굴에서 하관 조각이 떨어져 나가고 그는 그것을 손에 받아 든다. 그는 경악한다. 멀어져 나온 그의 입이 스스로 지껄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p25~26
정보과잉시대에 우리는 서사가 사라지고 있다.
여기서 서사란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것으로 나만의 맥락과 삶 그 자체이다.
이는 있는 그대로 존재하여 지루함까지도 포함한다.
요즘의 정보 쓰나미는 우리로 하여금 놀라움과 자극만을 원하게 만든다. 동일성의 지옥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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