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문장 하나 자체가 나에게 주는 울림이 참 많았다.
내가 동시대에 같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기쁨이었달까.
인터넷에는 한강 작가 관련 사연들이 많다.
한강 작가와 남편분이 아기 관련하여
"빗소리와 여름 수박의 맛을 알려주고 싶지 않냐"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두 분 다 F 이신가보다)
민음사 직원들이 노벨문학상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걸 알고 환호한다.
아이러니하게 민음사에서 발간한 한강 작가의 책은 0권이다. 😂😂😂
어떤 사람은 몇 년 전 한 독립서점에 주말마다 자주 들렀다고 한다. 그 독립서점의 주인이 진열해둔 책에는 한줄 리뷰가 있었는데 그걸 보는 재미들이 있었다고. 그래서 그 독립서점이 위치를 옮길 때 참 아쉬웠다고 한다. 서점 주인은 그 사람에게 이때까지 구입한 책 목록을 손으로 써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이 한강 작가였음을.
이런 소소한 뒷 얘기들을 들을 때 마다 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재미를 느낀다.
아직은 보지 못했는데 김창완님과 한강 작가가 한강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을 했었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찾아봐야지. 🫡
한강 작가 노벨상이 발표되던 그 다음 날
나는 아침 9시 도서관이 문이 열리자마자 아기를 품에 안고 열심히 달렸다. 책을 빌리기 위해서.
내가 도착했을 때 빌릴 수 있었던 책은 총 세 권이었다.
서랍에 저녁을 두었다.
한강 디 에센셜
흰
남은 10월에는 이 세 권을 읽어볼 예정이다.
한강 작가 책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아마 위의 3권이 그나마 접근하기 쉬울 것이다.
채식주의자도 그리 쉬운 책이 아니고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더 무거워서
한동안 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천천히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지 ☺️
문학과 지성사에서 발간된 책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1993년 시인으로 등단한 한강 작가가 거의 20년 만에 묶는 첫 시집이다.
1부 새벽에 들은 노래
2부 해부극장
3부 저녁 잎사귀
4부 거울 저편의 거울
5부 캄캄한 불빛의 집
그리고 해설
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은 시집만큼이나 해설(조연정)도 정말 와닿았다.
작가란 누구인가. 일상적 소통을 위해서든 심오한 진리의 전달을 위해서든 모든 인간이 점차 기능적으로 완벽한 말만을 추구할 때, 말의 효용성에 무심한 채 그 효용성을 제외한 다른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자가 바로 작가이다. 시대의 변화와 가장 무관한 장르로 생각해온 문학조차 점차 장르 자체의 고유성을 잃어가고 문학 종사자들의 수도 줄고 있기는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언어를 비효율적으로 다루려는 문학적 행위와 관련된 인간의 욕망은 결코 줄거나 퇴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사실은 말과 관련된 인간의 능력과 욕망이 대체 불가의 것임을 확인시켜준다. 인간이 지닌 다양한 능력을 완벽하게 대체하고 그것을 멋지게 초과하는 매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능력만큼은 그 대체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일의 효용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언어를 비효율적으로 다루려는 문학적 행위로 시는 아주 탁월하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것들이 많이 나타나지만 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능력이 그 멋을 계속 간직하고 발휘해 주기를 바란다. 🙂↕️🙂↕️
내 마음에 와닿았던 시 네 편
1. 어느 늦은 저녁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가 완전히 사라지는 동안에도 우리의 일상적 행위는 반복된다.
한편으로는 참 일생이 덧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
2. 괜찮아
아이의 울음에 "왜" 라는 질문은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다. 대체 어디가 불편해서 우는 것일까? 항상 고민이 된다. 그렇지만 어느샌가 아기에게 "왜"가 아닌 "괜찮아"라고 다독이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가 현대 사회에 살아가기가 어디 쉽겠냐고. 크고 성장하고 아기는 힘쓰고 있다. 괜찮아 아가야. 다 괜찮을 거야.
그리고 어른이 된 우리 역시 흐느끼고 있을 때 "왜"라는 것 보다 서로 "괜찮아"라고 다독여보자. 서로 날 세우지 말고 서로 안아주자.
3. 조용한 날들 2
어쩌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달팽이.
으스러뜨리지 말아요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타인이 찌르댄 부숴뜨리든 그저 한 발자국 나아갈 뿐이다.
외부의 상황이 뭐가 됐든간에 결국 내 자신을 움직이는 건 나 스스로다.
4. 무제
무제라고 되어 있지만 나는 이것을 눈물 울음 속앓이 정도로 해석한 듯 하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고민과 걱정들 속을 앓게하는 것들. 머릿속에 있지만 잡히지 않는 무언가.
당장 해결 방법이 없어서 생각하지 말자라고 미루기도 하지만 결국 내 주위를 빙빙 맴도는 무언가.
나와 함께 떨며 고여있다는 표현이 참 좋았다.
시라는 것이 참 그렇다. 교과서에서는 답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답이 없다. 내가 느끼는 바가 있다면 성공이다. 시집을 읽는 사람들마다 저마다 해석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집이 가지는 자유가 나는 좋다.
한강 작가 작품의 시작점으로 읽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더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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